유물설명석연 양기훈(石然 楊基薰, 1843~1911)은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 평양을 거점으로 활동한 화가로, 특히 노안도 분야에서 재능을 드러냈다. 기러기(雁)와 갈대(蘆)를 함께 그린 노안도는 그 발음이 노안(老安)과 같아, 19세기 길상화의 유행 속에 노후의 편안한 삶을 기원하는 그림으로 더욱 애호되었다.
이 작품은 검은 비단에 화려한 금니(金泥)로 기러기들이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앉기까지의 매 순간의 동작을 역동적으로 표현하였다. 병풍 왼편에는 당나라 소주(蘇州) 출신의 시인 고비웅(顧非熊, 796~854)이 쓴 「기러기(雁)」의 시구 "내려앉을 땐 파책(波磔)의 형세가 나오고(下時波勢出) 날아오를 땐 군진의 대형을 갖추네(起處陣形分)"를 인용한 제발이 적혀있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