유물설명조선 후기 대표적인 문인 화가이자 평론가로서 높은 식견과 뛰어난 감식안을 갖춘 표암 강세황(姜世晃, 1713~1791)의 작품이다. 그림 상단에는 묵선으로 그린 둥근 달이 살구꽃과 나뭇가지 사이에 걸려있으며, 가지 위의 새 두 마리는 달빛을 받고 있다. 화면의 아래쪽에는 “행화소영월명중(杏花疏影月明中)”이라는 시구가 적혔는데, 조선 중기의 문인 임억령(林億齡)의 『석천시집(石川詩集)』에 실린 칠언절구 가운데 한 구절이다. 임억령 외에도 고려 말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여러 문인들은 중국 남송시대 시인 진여의(陳與義)의 「임강선(臨江仙)」에 등장하는 “행화소영”이라는 표현을 고아한 밤 정취를 묘사하는 시구에 차용하였다. 대각선 구도가 보여주는 확대된 공간감과 담담한 붓질에서 작가의 문기가 느껴진다.